|
2007년 07월 10일
* 그 한 달이 가장 힘들고 외로웠던 시기였다. 계절이 봄이란 이유로 히터를 전혀 가동하지 않았으므로, 실제 방 안의 체감온도는 몹시도 추운 편이었다. 그리고 나는 늘 혼자였다. 그 좁고, 외롭고, 정숙하고, 정숙해야만 하는 방 안에서ㅡ나는 웅크리고, 견디고, 참고, 침묵했고, 그러던 어느 날 인간은 결국 혼자라는 사실과, 이 세상은 혼자만 사는 게 아니란 사실을ㅡ동시에,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모순 같은 말이지만 지금도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즉, 어쩌면 인간은ㅡ혼자서 세상을 사는 게 아니기 때문에, 혼자인 게 아닐까. 아무튼 말이다. * 인간은 누구나 밀실에서 살아간다. 이하동문이다. 라는 낙서를 화장실 벽에서 발견한 것은 마아도 추석 무렵이었을 것이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 모퉁이에 깨알 같은 글씨로 적혀 있었고, 이미 희미해진ㅡ아주 오래 전의 낙서였다. '인간은 누구나 밀실에서 살아간다'는 검은 볼펜으로, '이하동문이다'는 그 후 누군가가 푸른색 사인펜으로 답글을 단 것이다. 나 역시 이하 동문이다 낙서의 주인공은 이곳에서 꽤나 많은 사색을 한 듯했다. 또 다른 모퉁이에는 '인생을 사는 것이 고시를 패스하는 것보다 힘들다'란 글귀가 같은 필체, 여전한 크기로 적혀 있었으며 역시나 거의 지워질 정도의 오래된 낙서였다. 그럴 수도. 라고 나는 생각했다. * 나는 불현듯 그 특이한 이름의 고시원이 아직도 그곳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유는 알 수 없다. 아내가 잠든 후, 나는 조용히 침대를 빠져나왔다. 베란다의 창을 열자 15층의 넓고 광활한 밤하늘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었다. 저 빛들은 무엇일까. 두둥실, 마치 기포와 같이 잔득 무리를 지어 떠 있는 저 빛들은ㅡ어쩔 수 없이 이 세계를 빠져나가야 했던 죽은 이들의 동정 어린 시선일까. 아니면 이 가구(家具)와같은 삶을 잠시나마 이탈한, 살아 있는우리들의 지치고 고단한 영혼들일까. 담배를 피우며 나는 생각했다. 어쩌면 나는 여전히 그 밀실 속에서 살고 있다는 기분이다. 또 혹시나, 우리가 소유한 이 모든 것들이 실은 '386 DX-Ⅱ'와 같은 것들은 아닐까 걱정이다. 물론 그럴 리는 없겠지. 이 모든 것들은 나나 당신에게 실로 소중한 재산이고, 또 우리는 누구나 그것을 모으고 지키기 위해 살고 있을 테니, 말이다. 어쨌거나 / 그 특이한 이름의 고시원이 / 아직도 그곳에 있었으면 좋겠다. / 이 거대한 밀실 속에서 / 혹시 실패를 겪거나 / 쓰러지더라도 / 또 아무리 가진 것이 없어도 / 그 모두가 돌아와 / 잠들 수 있도록. 그것이 비록 / 웅크린 채라 하더라도 말이다. |
ABOUT
카테고리
최근 등록된 덧글
깜찍하다, 아주 ㅋㅋㅋㅋ
by 에스메랄다 at 08/20 네-^^;; 그런데 사실 시작할 가능성이.. by 에스메랄다 at 08/18 나는? by 흐리고한때소나기 at 08/11 레이크 양의 등 통증은 에이징의 증거이.. by 흐림 at 08/10 흥~! by 흐리고한때소나기 at 07/27 나 되게 바쁘고 아팠다구 -_ ㅜ by 에스메랄다 at 07/26 글 좀 써!!! by 흐리고한때소나기 at 07/26 너무 오래전에 읽은책이라 이제는 좀 .. by 에스메랄다 at 07/19 방금 이 책을 읽고 뭔가 체한것 같은 더.. by terry at 07/13 오랫만 by yjham at 07/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