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나는 임시로 사는중 - 다시, 일상을 기록



1. '아마도 나는 임시로 사는중.' 한참동안을 그렇게 살아왔다. 언제 이사갈지 모르는 집, 평생하지는 않을 일, 잠깐 배우는 것들. 마치 내 인생은 어딘가에 따로 존재하는데, 지금은 잠시 과도기적으로, 혹은 세컨드처럼 사는 거야, 라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듯이. 삶에 대한 초연함이나 쿨한 태도를 뽐내기 위해 일부러 그랬던건 아니었다. 그냥 많은 생각을 머리에 이고 살다가 어느 순간 그렇게 됬다. 그런데 4월 17일. 이렇게 말해도 되는건지 모르겠지만,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묘하게 삶에 대한 의지같은 것이 생겼다. 무서워진거다. 내 삶의 태도가 사회를 저질스럽게 만들고 있는건 아닌지, 앞으로 평생 나, 이런 일 겪지 않을 수 있을지, 혹시 다시 생긴다면 나, 부끄럽거나 자책하지 않는 모습으로 살고 있을 자신있는지. 내가 이렇게 임시로 살다가 갑자기 죽게되면, 나는 그냥 이렇게 살던 인간으로 끝나는건가. 뭐 이런 속물적인 생각도 하면서 다소 비참해졌다.


2. 지난 주말에는 안산 분향소를 다녀왔다. 한참전부터 가고싶었는데, 혼자 다녀오면 그 밤을 이겨낼 자신이 없어 J가 쉬는날을 골라 함께 다녀왔다. 아이러니하지만 200개의 얼굴들이 너무 영롱하고 맑아서 말문이 막히고 어이가 없었다. 그 앞에서 절대 잊지않겠다는 거짓말은 할 수 없었다. 시간은 너무나 쉽게 모든 것을 잊게만드니까. 그러나 노력할께.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 이전으로 돌아가진 못할 것이다.  


3. 연간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의 수를 들먹인 KBS사장의 망언으로 또 한번 오늘이 휘청댄다. 나는 그에게 역으로 묻고 싶어졌다. 300일간 벌어질 당신의 불행이 오늘 하루에 몽땅 일어난다면, 당신의 하루는 어떨것 같냐고. 그 하루를 버틸 수 있겠냐고. 그 하루를 기억하지 않을 수 있겠냐고. 300명의 사람들, 그 뒤에서 300개 이상의 이야기가 쏟아진다. 영악스러운 기자들은 갖가지 이야기들을 퍼다나르기에 바쁘고, 우리는 자의반타의반으로 또 그들의 불행을 소비하며 하루를 보내고있다. 살아남은 사람과 그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앞으로도 수많은 이야기가 생길것이다. 이게 어떻게 큰일이 아니라는거야.

사건을 파도파도 끝이없다. 온갖 저질스러운 잔가지들도 엄청나다. 대한민국이 맨얼굴을 드러내며 바닥을 치고 있다. 각자의 책임을 회피하고 한뼘이라도 이익을 더 차지하려 아우성이다. 이지경인데도 나라가 망하지 않는게 신기하다. 날마다 각자의 창의성을 뽐내며 돈, 이념, 편(偏)의 문제를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저렇게 많았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매일매일이 의심스럽고, 안쓰럽고, 슬프고, 한스럽다. 














 
 




덧글

  • 2014/05/09 23:2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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