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는고양이, 김비카! ▨ 키움의기록


영역을 중시하는 고양이들은 자신의 영역 밖을 벗어나는 것에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러나 신정 연휴, 돌봐줄 사람 없는 긴 연휴를 어쩔 수 없어 비카와 함께 대전집에 다녀왔다. 집에 도착하자 마자 영역탐색에 몰두하는 녀석. 집안의 모든 구석이란 구석은 모두 탐색한 후, 오를 수 있는 모든 장소에 올라 시찰을 마쳤다.


2층으로 올라 갈 수 있는 구멍을 용케 찾아낸 비카는 그 장소가 꽤 마음에 들었는지, 하루 중 많은 시간을 그 곳에서 보냈다.



또한 녀석은 창가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는 것을 즐겼다. 내 원룸은 창이 높고, 시트지로 마감되어 있어 이제껏 녀석의 눈에 보이는 창밖이란 하늘, 불켜진 술집의 간판, 골목을 다니는 몇몇 차의 라이트 정도 였다. 하여 처음으로 보는 창밖, 산, 들, 다른 건물, 앞집의 커다란 개, 뛰어노는 아이들. 모든 것이 녀석은 낯설지만 궁금하고, 자꾸만 보고싶은 모양이었다. 때마침 대전에는 눈이 한참 왔다. 녀석은 하얀 것이 하늘에서 떨어지다가 검은 바닥에 떨어져 없어지기도 하고, 쌓이기도 하는 것이 신기한듯 하루에도 몇번이나 창가로 나아가 그것들을 바라보다가, 잡으려 창에 손을 대었다가, 애옹애옹 거리다가, 그랬다.


창가에 있는 콘솔에서 비카의 또다른 소일거리는 풀을 뜯어먹는 일이었다. 평소 아무거나 주워먹지 않는 녀석인데, 내내 냠냠거리고 있어 뭘 하나 봤더니, 화초의 일부를 어느새 한웅큼 뜯어먹었다. 엄마는 -어머어머 왠일이니,-라고 하면서 작은 화분들을 에어콘 위로 옮기고, 애가 탈이 나지 않을까 걱정했다. 뭐, 하루 이틀 뜯어먹어도 탈이 나지 않길래, 그 후에는 그냥 그러려니-했다.ㅋㅋ


대전 집은 내 원룸과 다르게 살림살이도 많고, 구석자리도 많아 한번 비카가 어디에 자리를 잡아 조용히 있으면, 찾느라 애를 먹었다. 고다에 종종 '집안에서 고양이를 잃어버렸다'는 글이 올라오곤 했었는데, 왜 그런 글이 올라왔는지 이제야 알았다. 녀석은 주로 행거뒤, 좌탁책상 및 구석자리, 2층에 짐을 쌓아놓은 곳, 소파 뒤, 뭐 그런자리에서 휴식했다. 종종 집에 있는 금붕어 어항 옆에서 금붕어를 지긋이 바라보곤 했는데, 그 덕에 금붕어는 4일간 수면 윗쪽으로 단한번도 올라오지 않았다;;


올라가길 좋아했던 피아노 위. 처음 피아노위에 올라가 앉았을 때, 어이없게도 우리는 비카를 찾지 못해 집안을 한참이나 뒤졌다;;


재미난 것은, 엄마의 반응이었다. 엄마는 식탁 위, 싱크대 위, 먼지가 소복한 구석자리, 화분 뒤 낙엽을 모아놓은 곳까지 숨어숨어 다니는 비카를 바라보며 큰 잔소리 없이 귀여워해주었다. 물을 엎지르거나, 털에 똥을 달고다녀도, 어떤 밤에 크게 울고, 침대 위로 올라와 우리를 귀찮게 해도, 모든 것이 용서되는 이 온화함이라니. 이전에 강아지를 키울 때 보였던 단호함과 엄격함과는 다른 엄마의 모습에 '고양이가 집에 들어오는 순간, 당신의 집에 고양이를 들인 것이 아니다. 고양이가 당신의 집을 접수한 것이다.'라는 말이 격하게 공감되었다.

아무튼 비카는 내원룸보다 이곳을 더 좋아하게 된 것이 아닐까, 나를 잠시 고민하게 만들 정도로 잘 적응해 놀다가 돌아왔다. 기특한 녀석. 요즘은 행복해지고 싶다면, 뛰어노는 것을 기르라고 말하고 싶다. 바라만보고 있어도, 세상이 행복해질때가 많다.








+ 시외버스를 오갈때도 조용한 기특한 녀석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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